블록체인의 멀티 플레이어 모드: 하이퍼 레인

하이퍼레인은 블록체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픈 소스 프레임워크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블록체인들은 왜 서로 소통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요? 그리고 수많은 솔루션들 중에서, 하이퍼레인은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요?

싱글 플레이어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한때 게임은 혼자만의 세계였습니다. 플레이어와 기기만 존재하는, 완전히 독립된 경험이었죠. 하지만 멀티플레이의 등장은 이런 고립된 경험을 친구들과 함께, 서로 다른 기기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바꿔놓았습니다.

크로스 플랫폼 게이밍의 등장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자신이 사용하는 플랫폼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는 Xbox 유저와 함께 게임하기 어려웠고, PC 유저와는 더더욱 연결되기 힘들었죠. 이런 장벽을 허물어 준 게 바로 ‘크로스플레이’, 즉 크로스 플랫폼 게이밍의 등장입니다.

요즘은 포트나이트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인기 게임들이, 어떤 기기를 쓰든 상관없이 모든 유저를 하나로 연결해 줍니다. 이런 흐름에 점점 더 많은 게임들이 합류하면서, 크로스플레이는 오늘날 게임 산업이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블록체인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블록체인을 연결해야하는 이유는?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진 않지만,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과거에 우리가 즐겨 쓰던 게임 콘솔들이 서로 완전히 단절된 환경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블록체인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고립된 상태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유저가 기본적으로 Xbox나 PC 유저와 대화하거나 함께 게임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 있는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 역시 쉽게 소통하거나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300개가 넘는 블록체인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이 분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블록체인들은 이제 중요한 경제 허브 역할을 하며, 그 위에 구축된 애플리케이션들에게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블록체인들이 각각 고립된 상태로 남아 있는 한, 그 잠재력은 여전히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체인의 필요성은?

비디오 게임 서버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 수에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성능 저하가 일어나는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활동량에 제약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체인의 수를 늘리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체인이 똑같이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가 각자 고유한 아키텍처와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더리움과 솔라나 같은 체인들도 서로 다른 환경 위에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가상 머신(VM, Virtual Machine)’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 다른 VM을 사용하는 블록체인들끼리도, 원활하고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마치 게임에서 크로스플레이 기능이 추가되면서,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 시대에서 포트나이트 같은 대규모 멀티플레이 시대로 진화한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블록체인 생태계는 어떻게 하면 팩맨 시대에서 포트나이트급 멀티플레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미션리스 오픈 프레임워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이퍼레인

하이퍼레인은 블록체인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오픈 소스 프레임워크입니다.

개발자들은 하이퍼레인을 통해 어떤 체인이든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고, 여러 블록체인과 서로 다른 VM 위에서도 손쉽고 안전하게 소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하이퍼레인은 블록체인 세계에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 게임을 실현해주는 기술인 셈입니다.

왜 하이퍼레인인가?

하이퍼레인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주는 핵심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퍼미션리스(Permissionless): 누구나, 언제든지 하이퍼레인을 어디에든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습니다. 하이퍼레인이 지원하는 체인에 연결하기 위해 별도의 계약을 맺거나,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 모듈형(Modular): 하이퍼레인의 구성 요소는 모두 완전한 모듈형으로 설계되어 있어, 개발자들이 각자의 필요와 선호에 맞게 손쉽게 커스터마이즈하고 구성할 수 있습니다.
  • 미래 대응성(Future-Proof): 하이퍼레인의 어떤 구성 요소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발자들은 필요에 따라 기존 구성 요소를 새로운 것으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하이퍼레인과 하이퍼레인을 기반으로 구축된 프로젝트들은, 인터체인 보안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핵심 원칙들을 바탕으로 하이퍼레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수요가 증가하는 멀티체인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하이퍼레인의 체인간 연결 방법

한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정보를 전달하려면, 인터체인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하이퍼레인은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메시징 레이어, 전송 레이어, 그리고 보안 레이어입니다.

  • 메시징 레이어는 체인 간에 오가는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역할을 하는 메일박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이퍼레인이 지원하는 각 체인에는 고유한 메일박스가 존재하며, 이 메일박스는 해당 체인을 대표하는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 전송 레이어는 릴레이어(Relayer)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릴레이어는 메시지가 처음 전송된 원본 체인(오리진 체인)에서 메시지를 수신한 뒤, 이를 목적지 체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 보안 레이어는 인터체인 보안 모듈(ISM, Interchain Security Module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모듈들은 각 체인으로 들어오는 메시지가 실제로 원본 체인에서 보낸 것이 맞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로 정리하면, 사용자가 체인 A에서 체인 B로 메시지를 보낼 때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메시지는 체인 A의 메일박스로 전달됩니다.
  2. 그곳에서 밸리데이터라고 불리는 에이전트 그룹이 메시지를 관찰하고, 서명을 통해 이를 확인합니다.
  3. 이후 릴레이어가 메시지를 가져와 체인 B의 메일박스로 전송합니다.
  4. 체인 B에서는 ISM이 해당 메시지가 실제로 체인 A에서 보낸 게 맞는지 검증합니다.
  5. 검증이 완료되면, 체인 B의 메일박스는 메시지를 최종 수신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의 최종 단계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는 게임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으며, 혼자만의 싱글 플레이에서 벗어나,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로 전환되면서, 게임을 중심으로 활발한 커뮤니티와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었죠.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게임들 상당수는 서로 다른 기기에서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으며, 이제 오히려 플랫폼 간의 호환 문제는 점점 덜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이퍼레인은 블록체인 세계에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 모드를 구현해줍니다. 개발자들은 어떤 체인이든 쉽게 연결할 수 있고, 인프라 구축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대신 애플리케이션 개발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멀티플레이 기능을 열어주는 데 그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생태계에 있는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주는, 끊김 없는 크로스플랫폼 기능을 실현하는 데 그 진짜 의미가 있습니다.